[충청포스트] 지방자치단체가 우후죽순 공립박물관들을 세우면서 신설 박물관 수는 급격히 증가하는데 반해 정작 건립 후에는 부실운영 하는 사례가 많아 국민권익위원회가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안전행정부, 각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했다.
   
공립박물관은 지난 '99년 30관에서  '12년 326관으로 증가해 전체 박물관 743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인구 대비 박물관 수는 아시아 1위․세계 8위 수준이다.
 
국민권익위가 마련한 개선안에는 ▲제한적으로 실시하던 건립타당성 사전평가를 모든 공립박물관이 다 받도록 하고 ▲유물 취득․관리에 대한 표준규정을 마련해 취득유물의 화상자료를 공개하고 정기 재물조사 등을 실시하며 ▲ 공립박물관에 대해서는 등록의무제를 시행하고 미등록 박물관은 운영 개선방안을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민권익위는 지자체의 공립박물관 건립․운영과 관련하여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시설건립에만 치중한 운영부실 공립박물관 전락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지방자치제 실시와 건립비 국고지원이 맞물려 각 지자체의 공립박물관 건립이 급격히 증가하였으나, 시설건립에만 치중하고 이후 운영에는 무관심해 부실 운영되는 사례가 빈발했다.

총사업비 25억으로 건립한 경북 A박물관은 소관부서가 건설과에서 건립 후 타 부서로 변경되면서 1년 이상 개관이 지연되고, 박물관 바로 옆에 테마파크체험관이 위치해 박물관 내의 체험전시실은 사용하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

총사업비 47억으로 건립한 전남 B박물관은 하루 관람객이 10명도 안 되는 수준이다.

경북 C박물관은 국비와 지방비 100억원을 들여 완공했지만 연간 1억원의 운영비를 둘러싸고 운영을 위탁받은 주체와 분쟁이 생겨 2년 동안 개관을 못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립박물관 건립의 타당성 검증을 강화하기 위해 '12부터 사전평가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그 대상이 문체부의 ‘공립박물관 건립 지원 사업’으로 한정되어 해당 사업에 포함되지 않으면 문체부의 건립타당성 사전평가를 받지 않는다.

유물 취득 및 관리상의 공정성과 투명성 부족도 문제로 지적됐다.
 
유물 취득․관리에 대한 법령 규정이나 정부차원의 지침이 없고, 지자체는 자체규정이 없거나, 있어도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많았다.

박물관 소관 법령은 박물관 운영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을 뿐 유물 관련 내용은 없는 상황이다.
 
유상 기증유물은 구입유물과 큰 차이가 없는데도 내부직원이 감정평가를 하거나 구체적인 기준 없이 재량에 따라 보상조건을 결정하는 등 자의적인 내부규정을 두는 사례가 많았다.

기증자에게 조례 등 근거규정 없이 사례금을 지급하거나, 과도한 사례금을 지급하는 등의 예산집행 사례도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물 수집 시 화상자료 공개 등 소장경위․출처에 대한 확인이나 검증절차가 부족해 공립박물관이 불법 유물의 유통경로로 이용될 위험성이 있었다.

훔친 문화재를 대학 박물관에 위탁하고 공소시효가 끝난 후 되찾아 A박물관에 판매하려던 일당아 적발되기도 했고, 문중 재실에 소장되어 있던 초상화를 수십 년 전 도난당했는데 '11년 B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유물목록이 없거나 종이로만 대장을 관리하고 정기적인 재물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소장유물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족하여 유물이 분실․도난 되거나 훼손되는 사례가 있었다.
 
충북지역의 향토민속자료전시관은 전시유물만 국립민속박물관의 지원을 받아 목록을 정리하였을 뿐 수장고에 있는 유물목록은 없고, 경북지역의 한 박물관은 일부 유물목록만 종이로 관리하고 전체 현황은 알 수 없는 상태로 수장고에 방치했다.

또  경북지역의 민속박물관은 총람과 위원회에 제출한 유물현황 자료 간 1,460점의 차이가 발생하였으며, 실제 소장현황은 알 수 없고, 충북지역 박물관은 시로 부터 위탁받아 시립박물관에 보관하던 작품 6점이 관리소홀로 곰팡이가 피고 파손되는 등 훼손이 심각했다.

공립박물관에 대한 등록 의무규정이 없어 국고지원을 받고도 박물관 운영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조차 갖추지 못해 미등록으로 남아 있는 박물관이 많았다.
   
국고를 지원받은 전남의 공립박물관 중 등록 박물관은 40.7%에 불과했고,  등록 후 등록요건* 유지에 대한 정기 실태점검이 이루어지지 않고, 미등록 박물관은 법령상 관리대상에서 벗어나 정확한 현황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부실 박물관에 대한 개선조치 없이 시설을 방치하는 사례가 있었다.

충남지역 등록 공립박물관에 배치된 학예사가 박물관에 상주하지 않고 시청에서 행정업무에 종사하여 박물관 학예업무 수행 곤란했고, 경기도 지역의 한 박물관은 수장고의 온습도조절장치가 망가진 상태로 방치했다.

등록 박물관 151개관 중 10개관은 학예사 없었고, 전북지역의 유물전시관은 기간제 근로자 1명이 근무하며 예산도 인건비와 공공요금뿐으로, 관람객이 거의 없고 유물 보존관리도 불가능한 실정인데도 새로 건립된 시립박물관으로의 통합 등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경북지역의 유물전시관은 국비를 지원받아 건립한 이후 공공요금을 제외한 인건비 등 예산이 전무하여 실질적인 운영이 곤란한 지경이다.

권익위는, 건립타당성 사전평가 대상을 모든 공립박물관으로 확대하고, 투․융자심사 시 사전평가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또 유물 취득 및 관리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을 마련해 기증유물에 대한 취득기준과 절차를 개선하고, 취득 유물에 대한 화상자료를 공개하며, 전산시스템을 통한 유물대장 관리와 정기 재물조사 등을 실시하도록 했다.
 
이밖에 모든 공립박물관은 등록을 의무화하고, 미등록 박물관에 대해서는 운영 개선방안을 보고하도록 하는 등 사후관리를 강화하도록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