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에서 공원과 하천 고수부지, 산책로 일원 등에 야외운동기구를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조달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일부 업체들이 불법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외운동기구의 경우 생산 설비만 갖추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직접생산업체 허가를 받을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 등의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상당수 업체들이 기존 공장에 생산 시설을 하지 않고 직접생산업체 등록을 필한 것으로 사례가 많은 실정이다.

이들 불법 업체들의 실태를 조사한 자료를 보면 대부분 공장에 인기척조차 없고 공장 내부는기계 등 생산 시설이 하나도 없이 텅 비어 있는 곳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장기간 조달청의 확인이나 점검 등이 실시되지 않고 있고, 현장을 확인할 인력도 부족한 점을 악용해 허위로 조달 자격을 구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전국 각 지자체에 허위 직접생산 업체가 판치고 있는 이유는 자치단체들이 대부분 조달청을 통한 입찰이나 직접 구매 시 자기 지역 내 업체들에게 우선권을 주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 지역의 허위 직접생산등록 업체들은 시설을 갖추지 않은 채 허가만 받아 제품을 생산할 능력이 없어 수도권 등 타 지역의 허가업체에서 생산한 완제품이나 부분품을 구입해 자체 생산한 제품인 것처럼 속여 지자체에 납품 설치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질이 떨어지고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 도색 등을 거쳐 자사 제품인 양 속여 설치하고 있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구형 야외운동기구의 경우 전기나 전자를 활용하는 기능이 없는 기계식 철제 제품이 대부분이어서 도색을 할 경우 원산지나 생산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야외운동기구 직접생산 업체들은 판로가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울며 겨자 먹기로 불법 업체에 자사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등 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나아가 불법업체들의 난린은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떨아뜨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생산업체 관계자는 “막대한 사업자금을 들여 공장을 세우고 기구를 만들면 판로가 있어야 하는데, 가짜 업체들이 각 지역에서 판치고 있어 공장을 닫아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며 “가짜 업체에 제품을 납품하는 일부 공장은 좋을지 몰라도, 엄연히 불법이며, 궁극적으로 피해는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만큼. 불법 업체들을 뿌리뽑기 위한 당국의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조달청에 정식으로 불법사실을 접수하면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조달청의 불공정조달센터에 신고를 하려면 현장 사진과 사실 내용 등 신고자가 갖춰야 할 서류들이 필요한데, 일일이 그 같은 것을 챙겨 신고하기가 어렵다”며 “현장에 실사를 나가면 누가 봐도 직접생산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고, 매달 쓴 전기세만 확인해도 사실을 규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조달청은 불공정조달센터를 통해 불법사항을 접수받아 조사를 벌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나, 업체들은 시간이 걸릴뿐더러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비위 사실이 발생하거나 민원이 제기될 경우, 해당 지역 조달청 관계자가 곧바로 실사를 나가면 되는데도 업무 범위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회피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