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구암사 주지 북천 스님

14만여 위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영면해 있는 보훈의 성지 국립대전현충원은 국가나 사회를 위하여 희생·공헌하신 분들의 충의와 위훈의 정신을 기리고 선양하기 위하여 설립되었다. 현재 대전광역시 유성구 갑동 약100만(3.309.533m2) 평의 대지 위에 조성되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에는 매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뜻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300여만 명의 참배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특히 현충일에는 하루 동안 약 15만 명의 보훈 유가족과 국민들이 전국 각지에서 주로 승용차를 이용해 참배하기 때문에 왕복 8차로의 도로가 끔찍한 교통 체층을 빚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충일 15만 명분의 음식을 마련해 참배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구암사 나눔회 등 5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을 이끄는 대전구암사 주지 북천 스님의 선행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충일 15만 보훈 가족에게 음식 제공

대한불교 조계종 대전 구암사 주지인 북천 스님과 구암사 나눔회는 6월 6일 현충일을 맞아 해마다 현충원을 찾은 보훈 유가족들에게 국수·주먹밥 1만5000 명분을 비롯해 아이스크림·떡볶이 1만 명분, 부침개·솜사탕 5000 명분, 팝콘 1만 명분을 준비해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충일에는 자원봉사자 500여 명이 음식 준비와 배식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보훈처 장관 등 보훈 부처 공무원은 물론 국회의원, 전 육군 참모총장 등 예비역 장성들, 대전시장 등 자치단체장, 학생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여 폭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대중 앞에 나서기 겸연쩍어 하는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도 매달 빠짐없이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있다.

구암사 나눔회는 현충일은 물론 올해로 16년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코로나 시기는 빵으로 대신) 국수 봉사를 하고 있는데 1년 동안 현충원 국수 봉사에 소요되는 예산만 1억 5000만 원 정도 된다.

이 비용은 단 한 푼도 정부나 지자체 지원 없이 모두 다 자원봉사자들과 신도들이 모은 성금만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 박민식 보훈처 장관이 대전현충원에서 국수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국군 장병들에게 34년째 국수 나눔

북천 스님은 이에 앞서 군 복무 시절 느꼈던 배고픔을 회상하며 훈련병들에게 따뜻한 정을 나누어 주고 싶어 1987년 육군 제 32사단 호국대원사에서 장병들에게 국수 나눔 봉사를 시작해 34년을 이어오며 국수가 아닌 정을 나누고 있다.

대전현충원 음식 봉사를 하게 된 계기는 북천 스님이 구암사 신도들과 현충일 자원봉사에 나섰는데 당시 경내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식당 시설이 없고, 현충원 주변 음식점을 가기도 교통체증으로 어려워 멀리서 온 보훈 가족 어린이 등이 배고파하는 것을 보고 자원봉사자들의 점심으로 준비한 음식물을 나누어 준 것에서 비롯됐다.

북천 스님과 구암사나눔회가 음식 봉사를 시작하기 이전 대전 현충원은 음식 등을 파는 상인들이 진입로 등 주요 장소를 차지하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특히 현충일에는 참배객과 상인들이 뒤엉켜 차량 진입이 위험할 수준의 북새통을 연출했고 파는 음식과 화환 등의 가성비가 떨어져 대전 망신을 시킨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아울러 하루 평균 10명 정도의 안장식이 거행되는 대전현충원 경내에는 유가족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상인들이 이들을 대상으로 질 낮은 음식을 비싼 값에 파는 일이 이어졌다.

북천 스님은 대전현충원과 협약을 맺고 보훈 가족들에게 무료 음식 봉사를 시작했다.

하루 300~500명분 정도의 국수를 준비해 비닐하우스를 치고 보훈 가족과 참배객들에게 국수를 제공한 결과 점차 상인들이 줄어들었고, 10년 전 부터는 단 한명의 잡상인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그 후 지난 2009년부터 현충원 국수 봉사를 지속하고 있으며 매년 현충일을 맞아 대규모로 국수와 떡볶이, 팝콘, 아이스크림, 부침개까지 준비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점차 국수에 주먹밥 부침개 등을 추가했고 어린이들을 위해 아이스크림과 솜사탕 떡볶이 등으로 메뉴를 확장하고 있다.

대전현충원을 찾은 한 유가족은 “한두 해도 아니고 20년 가까이 음식 봉사를 해주는 구암사 스님과 신도를 비롯한 대전 시민들께 감사한 마을을 전한다”면서 “이것이 충청의 은근하고 끈끈한 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충원 국수 봉사는 현충일 말고도 일년 내내 현충관 옆에 식당을 마련해 대전 현충원을 찾는 유족과 참배객들을 대상으로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국수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보훈, 살아있는 자들의 당연한 도리

북천 스님은 “현충원에 잠들어 있는 남편, 부모, 자식을 자랑스러워해야 하고 유가족분들에게 따스한 국수 한 그릇으로 기쁨을 주는 게 보람”이라며 “16년째 현충원에서 국수 봉사를 하면서 유가족들의 허기진 배를 따뜻하게 채워드릴 수 있어서 오히려 저희가 아주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나라를 위해 현충원에 묻히신 분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드릴 수 있도록 해야 우리나라에 위기가 닥쳐오면 목숨 걸고 나가 싸울 수 있을 것 아니겠요?”라면서 “그 숭고한 뜻을 우리가 기리고 보듬고 위로해드리고 자랑스럽게 해드리는 것이, 우리 살아있는 자들의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봉사를 하면 제일 좋은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바로 봉사를 하는 당사자”라며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저 나 좋아서 하는 일이다 보니 지금까지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답니다”라며 미소 지었다.

“저와 자원봉사자들이 대전현추우언 음식 봉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는 원동력은 참여하는 모는 분들이 국가를 위해 자식이나 남편 등 가족을 잃은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현중원 분위기가 경건하거 유가족들이 존중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다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처음 음식 봉사에서 엄두가 안났던 점은 비용이 아니라 매일 10명도, 현중일에는 500여명이 필요한 자원봉사자를 확보였다”고 회상했다.

북천 스님은 “당초 자원봉사자를 확보하기 어려원 격일제로 활동을 진행하려 했으나 봉사활동이 시작되자 각계각층의 참여와 성원이 이어지면서 365일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음식 봉사가 날이 갈수록 확대될 수 있었다”며 “이는 좋은 일은 하면 할수록 하늘이 돕고,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다는 선한 인연이 쌓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 스리랑카 학승들에게 장학금 전달

빚과 은혜 갚으러 스리랑카 불교계 지원

북천 스님은 국내를 넘어 스리랑카 불교 진흥도 지원하고 있는데, 형편이 어려워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스리랑카의 학인(학생) 스님들을 위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현지 병원과 사원에도 후원금 전달하고 있다.

바라밀장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북천 스님은 한국의 스님과 불자들을 이끌고 인도양의 진주라 불리는 스리랑카를 찾아 강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학인스님(동자스님)들에게 밝은 미래를 열어주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바라밀장학회는 지난 4월 6일 스리랑카 수도인 콜롬보 나가난다대학에서 ‘스리랑카 학인스님 장학금 전달식’을 개최했는데, 이날 전달식에는 카루자야 수리야 전 스리랑카 국회의장을 비롯한 300여 명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스님들과 함께 스리랑카 학인스님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이미연 주 스리랑카 한국대사는 “한국의 스님들이 스리랑카 스님들을 도와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이런 관계를 통해서 한국과 스리랑카의 외교관계도 훨씬 더 강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번에 바라밀장학회의 장학생으로 선정된 학인스님들은 3년간 매월 일정 금액의 장학금을 받게 되며, 장학회에서는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학인스님들이 강원에서 열심히 정진하고 있는지와 장학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한편 바라밀 장학회는 켈라니아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오마르 간 전문병원을 찾아 대전 구암사와 연화사, 세종 송림사에서 각각 1000만 원씩 총 3000만 원을 후원했다.

지난 3월에 개원한 오마르 간 전문병원은 병원장을 비롯한 의사와 간호사 모두 무급으로 일을 하고 있으며 환자들에게도 병원비도 받지 않고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북천 스님은 “불사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수승한 것은 부처님 법이 이 세상에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인재불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장학금을 전달하러 왔지만 한편으로는 빚과 은혜를 갚으러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